임민철 기자 imc@zdnet.co.kr 2012.07.10 / AM 08:33


애플과 구글이 양분한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에 소프트웨어(SW) 업체뿐 아니라 제조사, 브라우저 개발사, 유통업체들이 직접 뛰어들어 혼전을 예고했다. 선두보다 업계 1, 2위를 놓고 경쟁하는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를 뒤이을 3위권 자리싸움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9일 현재 자체 브랜드를 붙인 스마트폰을 직접 생산하거나 그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 있다고 알려진 업체만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페이스북, 리눅스 업체 캐노니컬, 브라우저업체 모질라, 유통업체 아마존이 있다. 더불어 전 노키아 직원들이 뭉쳐 세운 벤처 '욜라모바일'도 최근 알려졌다. 이들은 실제 제품이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삼성전자, 리서치인모션(RIM)의 OS를 먼저 앞질러야 한다. 이들 8개 업체가 모바일OS 업계 3위 경쟁을 이어갈지 지켜볼만하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기존 경쟁구도에서 저력을 발휘할 플랫폼은 MS 윈도폰이다. 조사업체 IDC는 지난달 전망 보고서에서 오는 2016년 점유율로 윈도폰(19.2%)이 iOS(19.0%)를 근소하게 앞서 2위까지 뛰어오를 것이라 관측했다.

 

또 1위 안드로이드(52.9%)는 독주를 계속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윈도폰이 그 시장을 잠식할 거라고 분석했다. 현 경쟁자들의 공세에도 블랙베리 점유율은 올해말부터 오는 2016년까지 6% 가량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 바다와 타이젠은 기타범주(3.0%)로 논외였다.
 
▲ 당분간 iOS와 안드로이드가 양강구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신예 모바일 플랫폼 업체들끼리 3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신예 아마존·모질라·캐노니컬…삼성-인텔도 맞손 

 

이달초만 해도 아마존이 킨들파이어 태블릿에 이어 자체 스마트폰을, 모질라가 기존 브라우저 기술을 응용한 파이어폭스OS 기반 휴대폰을 내놓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그에 앞서 캐노니컬, 삼성과 인텔은 모바일뿐아니라 TV나 자동차 등을 다른 기기 환경을 겨냥한 리눅스기반의 별도 플랫폼을 한창 개발해왔다.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무선기술관련 특허 획득을 추진중이며, 자사 스마트폰을 중국 제조사 폭스콘과 협력해 내놓을 계획이다. 폭스콘은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생산도 맡아왔다. 아마존이 자체 개조한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태블릿 킨들파이어를 통해 애플 아이패드와 맞선 것처럼 전자책이나 음원과 영화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에 기반한 승부수를 스마트폰 영역에도 띄울 것으로 관측된다. 

 

모질라는 내년 단말기 출시를 목표로 부트투게코(B2G) 프로젝트에 기반한 '파이어폭스OS'를 개발중이다. B2G는 오픈소스 브라우저 파이어폭스의 자바스크립트와 HTML5 표준 웹기술 처리에 특화된 스마트폰용 OS로 구현하는 내용이다. 단말 생산 파트너로 중국 제조사 ZTE와 TCL커뮤니케이션테크놀로지가 언급돼, 모질라가 아마존처럼 저가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시판은 내년 브라질 통신사 텔레포니카 비보 브랜드를 통해 이뤄진다.

 

▲ 캐노니컬은 우분투 리눅스를 폰, 태블릿, TV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해말 캐노니컬은 자사 데스크톱용 제품 '우분투'리눅스를 내후년 4월께 태블릿과 스마트폰용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내놨다. 데스크톱에서 기존 PC 조작환경을 간소화한 '유니티'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터치스크린 중심인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모습을 제시하기로 예고했다. 파일보관과 연락처 동기화를 위한 자체 클라우드서비스 '우분투원'과 데스크톱OS에도 내장됐던 앱스토어개념의 '우분투SW센터'가 경쟁자들에 맞설 듯하다. 

 

이가운데 안드로이드 단말기 제조부문에서 선두를 달리는 삼성전자는 구글외에 타 플랫폼업체와의 협력이나 자체 OS 개발에도 발을 걸치고 있다. 삼성이 인텔, 리눅스재단과 손잡고 만들어 지난 5월 시제품에 탑재된 오픈소스 OS '타이젠'이 그중 하나다. 자체 개발자 컨퍼런스까지 열리는 등 미출시 OS가운데 가장 실체에 가깝다. 당시 첫 정식판과 SW개발도구(SDK)를 얻은 타이젠은 '리모'와 인텔 '미고'의 장점을 모았으며 앞서 삼성이 상용화한 '바다' 플랫폼을 계승하기로 예고됐다. 

 

■미고 부활 움직임과 페이스북폰 루머 

 

인텔과 노키아가 개발을 포기한 '미고' 플랫폼을 부활시키려는 움직임도 있어 눈길을 끈다. 미고를 탑재한 노키아 스마트폰 N9 부문 핵심엔지니어와 디렉터 6명이 모인 벤처 '욜라모바일'이 주인공이다. 회사를 이끄는 사람은 노키아에서 미고 부문 수석엔지니어로 일하다 지난 5월 퇴사한 마크 딜런이다. 그는 노키아에서 11년 근속했다.

 

욜라모바일은 노키아와 인텔이 합작해 만든 미고를 기반해 차세대 스마트폰을 개발할 계획을 내놨다. 이를 위해 글로벌 투자자와 파트너를 영입할 예정이다. 다만 노키아 N9에 대한 개발 지원은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미고는 이미 상용화 단말기에 탑재된 플랫폼인만큼 앞서 소개한 OS보다 초반부터 높은 안정성과 완성도를 갖추고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루머만 무성한 페이스북 자체 스마트폰, 일명 '페이스북폰' 얘기도 있다. 이는 스마트폰이 OS 수준에서 페이스북 SNS와 긴밀하게 통합돼 있는 단말기로 추정돼왔다. 이전부터 출시 소문이 파다했다가 지난 2010년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하드웨어 제조사와 단말 분야에서 경쟁할 생각이 없다"고 공언했다.
  
▲ 최근 페이스북폰 출시 소식이 나온 가운데 추정 디자인도 공개됐다. 이런 모습일까?

다만 지난해 2월 INQ모바일이 내놓은 '클라우드터치'와 '클라우드Q'는 첫 화면에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중심으로 지인과 소식에 초점을 맞춰 정보를 보여주고 '소셜그래프' API를 이용한다. 이밖에 HTC '차차'나 '살사', 보다폰 '555블루', 소니에릭슨 '엑스페리아 레이'와 '엑스페리아 아크'같은 특화 단말기가 종종 시도돼 루머를 키웠다.

 

지난해 11월 되살아난 루머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코드명 '버피(Buffy)'라는 자체 스마트폰을 개발중이다. 회사가 빠르면 올해 3분기 HTC와 함께 개발중인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이란 내용이다. 브렛 테일러 페이스북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며 안드로이드 기반의 HTML5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HTC를 제조 파트너로 결정하기 전 삼성전자와 함께 검토했다는 내용도 있다. 

 

■RIM 블랙베리·삼성전자 바다·MS 윈도폰 

 

사실 당장 출시와 개발을 예고한 모바일OS들에겐 이미 애플이나 구글에 맞서온 기존 업체들을 따라잡는 게 먼저다. iOS와 안드로이드의 성공에 빛을 바랜 RIM의 '블랙베리OS', 마찬가지로 뒤쳐진 '윈도모바일'을 버리고 재기에 나선 MS의 '윈도폰', 삼성전자의 자체 플랫폼 '바다'를 상대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들도 선두를 따라잡기 위해 분전하고 있지만 상황이 확 바뀔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RIM은 애플과 구글에 밀려 올해 1분기 단말 판매 실적이 뒷걸음질치면서 순손실을 기록중이다. 2년전 30% 가량이던 점유율이 지난해말 한자리수로 줄어드는 굴욕을 겪었다. 지난달말 블랙베리OS 10 버전을 탑재한 단말 출시를 올해 2분기서 내년 1분기로 미루고 연말까지 감원을 계속해 치열한 업계 상황을 드러낸다. 다만 그 자체 앱 장터 '앱월드'는 누적 다운로드 30억건을 넘어서며 보유 앱 개수 9만건에 비해 선전했다는 평가다. 당장 전망은 밝지 않지만 후속기종 블랙베리10 스마트폰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살릴 수 있을지 여전히 기대를 모은다. 

 

▲ 윈도폰8은 윈도폰7의 앱을 쓸 수 있지만 기존 단말기에서 돌지 않는다.
MS도 점유율이 적잖았던 윈도모바일 플랫폼을 포기하면서 손실이 컸다. 지난 2010년 윈도모바일과 기술적으로 단절된 후속 플랫폼 '윈도폰7'을 꺼내들면서다. 당시 기존보다 확 바뀐 플랫폼은 애플처럼 일관성있는 사용자경험(UX)과 통제된 생태계를 갖추고 구글처럼 다양한 단말기 선택권을 제공할 것으로 묘사됐다. 2년만에 앱 장터엔 윈도폰7용 앱 10만개가 모인 성과에도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지난달 윈도폰7에서 업그레이드되지 않는 '윈도폰8' 플랫폼 발표로 기존 단말 사용자들에게 윈도모바일 때와 같은 좌절을 안겼고 개발자들에게도 혼란을 준 것이다. 다만 MS 단말 생산에 소극적이던 제조사들이 윈도폰8에 관심을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안드로이드로 애플의 견제를 받는 제조사로 떠오른 삼성전자는 자체 생태계 꾸리기에 나섰다. 제조사 DNA가 작용한 조직내 제약에도 SW경쟁력 강화를 중시하며 올해초 국내외서 현상금을 걸고 앱개발 대회를 진행하는 등 '바다' 플랫폼을 키워가는 중이다. MS 윈도폰7보다 앞선 점유율과 인기메신저 '카카오톡'을 먼저 확보하는 등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바다 플랫폼은 인텔과의 공동전선에 세울 '타이젠'과의 연결고리로도 눈길을 끈다. 다만 회사의 타 기종과 달리 바다 단말기는 세대별 단일모델로 출시되고 별다른 마케팅 지원이 없는 등 우선순위는 높지 않아 보인다. 당장 회사 초점은 구글 안드로이드에 잡혔고 향후에도 MS 윈도폰8을 차선에 들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