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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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업하지 말라고 말리진 않겠습니다. 다만 이제 막 시작한 개발자라면, 창업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1인창조기업 등 벤처를 꿈꾸는 새내기 개발자들을 향해 유명환 이분투 대표는 다소 삼키기 힘든 충고를 던졌다. 유명환 대표는 자바와 유닉스 서버 프로그래머 겸 임베디드 리눅스와 안드로이드 기반 연구를 하고 있는 IT 컨설턴트다. 학창시절 통신쪽에 관심 있어 정보통신공학과에 입학했다가, 난생 처음 보는 워크스테이션에 반해 한때 유닉스 서버 프로그래머를 꿈꿨다. 대학교 2학년 땐 과 선배가 만들어준 홈페이지에 혹해 웹 개발에도 뛰어들기도 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유명환 대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방면에 호기심을 가진 개발자겸 대학생이였다. 학창시절 ‘사군자’라는 모임을 만들어 당구, 술 등 수업 외 분야에서 활약하다가 ‘쌍권총’을 맞고 난 뒤 정신 차려 공부를 하기 시작해 졸업 후 창업을 한다는 다소 뻔한 얘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인터뷰 내내 그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소셜쇼핑몰에서 대박을 꿈꾸며 창업하겠다는 후배 개발들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아마 그 자신이 개발자로 벤처 창업가의 길을 걸으면서 많은 고생을 겪었기 때문이리라. 선배 개발자로, 지금은 사업가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으로 유명환 대표가 창업을 꿈꾸는 후배 개발자들에게 던지는 애정 섞인 충고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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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업은 곧 돈, ‘벌고 갚으면 되지~’ 함정에 빠지지 말자.

“학창시절 배운 개발 기술이 인연이 돼 대전에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벤처기업에서 일을 배웠습니다. 2000년 들어 창업경진대회에서 상을 타기 시작하면서 개발자 겸 사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지요. 내가 개발한 걸로 먹고 살겠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이제 막 병역특례를 마치고 개발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에 나선 유명환 대표가 닥친 현실은 냉혹했다. 호기롭게 뛰쳐나갔지만 사회는 쉽지 않았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아이디어만으로 돈을 벌기엔 한계가 있었다. 투자자들은 아이디어가 아닌, 성과에 주목했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저도 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사업 아이템을 개발하고 외부에 나가서 교육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돈을 벌었음에도 불구하고 돈이 부족한 상황에 놓이더군요. 얼마가 있는지를 제대로 모르고 무한정 돈이 벌리는 일에 취해 사업을 확장한 탓이었습니다.”

돈이 벌리지 않는 사업이 아니었다. 다만, 돈을 더 벌려면 돈이 더 필요한 상황이 계속됐다. 유명환 대표는 이때 대출을 받아 사업을 확장시켰다. 돈이 벌리니, 이 돈을 나중에 모아 갚으면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제일 잘못한 일입니다. 전 갚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돈을 벌고 갚을 거란 생각을 너무 쉽게 한 거지요. 창업경진대회에서 받은 상금은 융자로 3년 뒤에 갚아야 하는데, 3개월에 다 써버렸습니다.”

돈을 버는 건 쉽지 않지만 쓰는 건 쉽다. 혼자 시작한 창업은 개발과 경영을 맡을 친구를 뽑기 시작해 4명으로 늘었고, 시제품이 나오자 직접 마케팅할 사람을 뽑으면서 7명까지 불었다. 사람이 많아지니 사무실이 좁게 느껴졌다. 더 넓은 사무실로 이사를 갔다. 이런식으로 받은 상금이 직원들 월급과 건물 임대비로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유명환 대표는 월급을 주기 위해 금융권 대출을 받았다.

“생각외로 돈이 금방금방 들어오는 게 아니더군요. 신용도는 계속 떨어지고, 나중엔 돈 달라는 소리에 일어날 정도가 됐습니다. 사채에 손을 댈까 생각도 했지요. 이때 피눈물 많이 흘렸지요.”

 

2. 확실한 사업 모델이 있어야 창업에서 성공할 수 있다

돈을 버는 구조를 미처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그때그때 닥쳐서 사업을 벌인 후폭풍에서 벗어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유명환 대표는 버는 돈이 크든 작든, 한 달 또는 1년에 어느 정도의 돈이 들어오는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처는 현금유동성이 아주 중요합니다. 손에 현금을 쥐고 있는지 여부가 기업의 성패를 가른다고 볼 수 있지요. 이 말은 곧 수익을 내는 구조로 사업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수익을 얼마나 내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꾸준한 수익구조를 만들고 운영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돈이 돈을 만드는 구조가 완성돼야 투자도 하는 식으로 사업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유명환 대표는 2008년 뻔뻔회사라는 IT컨설턴트 사업을 시작하면서 재기했다. 차차 임베디드 리눅스와 안드로이드 쪽에서 입소문이 났다. 인수 제의도 받았다. 이를 악물고, 죽을 각오로 밤을 새며 연구하고, 공부한 결과다. 목에서 피가 나올정도로 강연도 하고, 강의도 했다.

“창업하고 초기에 망하지 않으려면 여윳돈과 회사 유지를 위한 비용이 어느 정도 들어가는지를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나는 개발만 하면 돼’라는 생각은 창업하면서 버려야 하지요”

 

3. 돈이 부족하다고 저렴하게 ‘용역’ 뛰지 말자

유명환 대표는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바로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걸 마뜩잖게 여긴다. 특히 1인창조기업에 대해서는 인터뷰 내내 못마땅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장 구조를 망친다는 이유에서다.

“대학생들에게 1~2천만원 돈 빌려주고 창업을 지원합니다. 이게 몇 년이나 갈까요. 월급을 못주는 상황에 부딪히면서 이들은 결국 용역으로 눈을 돌립니다. 싸게 개발해주는 대가로 일을 하고 돈을 받지요. 이게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요?”

돈의 유혹에 빠진 창업을 꿈꾼 개발자들은 애플리케이션 개발 사업에 대해 경쟁업체와 비교해 보다 싼 가격에 일을 해주겠다고 나선다. 기업은 똑같은 앱을 만드는 데 더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라 생각하고 일을 맡긴다. 앱이 완성된다. 그러나 유지보수는 이뤄지지 않는다. 대학생 개발자들은 돈이 급해 임시로 앱을 개발한 터였다. 앱을 개발하고 돈을 받은 이후 창업 멤버는 헤체된다. 유지보수를 위해 기업은 또 다시 회사를 찾아나선다. 업계 기준인 100원이 아닌 50원으로 말이다.

“기업과 개발 생태계가 공멸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순식간에 제 값 받고 일을 못하는 문화가 만들어지지요. 기업은 또 손해인 게, 개발업체가 사라지면서 유지보수가 되지 않으니 난감할 뿐입니다. 책임 소재가 사라진 상황이지요.”

 

4. 창업, 사장이 되고 싶은가 사업이 하고 싶은가

유명환 대표는 ‘정 창업을 하고 싶으면, 우선 회사에 들어가 일부터 배우는 게 좋다’고 충고한다. 회사 운영 프로세스도 배우면서 일을 하는 게 향후 창업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사업을 하고 싶은 거라면, 내부 동료와 상사를 설득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옳습니다. 소프트웨어는 게임, 성인, 쇼핑, 광고 외에는 성공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아무리 대박 아이디어라도 성공하기 쉽지 않단 얘기지요.”

회사 내에서 동료를 설득하면 자금 확보 부담을 덜 수 있다. 실패했을 때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마케팅 등 회사 자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사장이 되고픈 게 아니라 사업을 하고 싶은 거라면, 회사 내에서 충분히 할 수 있다.

“저는 40살까지는 개발자로 돈 생각하지 않으면서 일하고, 그 뒤로는 돈을 벌어 50대쯤에 제 이름으로 된 연구소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 꿈이 이뤄지기까지 열심히 일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