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권희웅 펌킨네트웍스 기술이사

 

오라클이 지난 7월 21일 K스플라이스(Ksplice)란 업체를 인수했다고 발표해, 리눅스 배포본 업계에 묘한 긴장감이 일고 있다. K스플라이스는 업트랙(Uptrack)이란 서비스를 통해 서버를 재부팅하지 않고도 커널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벤처기업이다.

 

일반적으로 리눅스 서버들은 보안이나 버그 패치 등의 이유로 계획된 다운타임 하에 주기적으로 재부팅을 한다. K스플라이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레드햇 등에서 패치를 내놓는 주기를 감안할 때 시스템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월 평균 1회는 기본적으로 재부팅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불편을 없애주고, 미션 크리티컬한 서비스가 올려진 리눅스 서버의 경우 제로 다운타임(Zero Downtime)을 보장하는 것이 바로 K스플라이스 업트랙의 기술적 아이디어다.

 

▲ 권희웅 이사
이 기업은 고객 수는 700개로 많지 않지만 자사의 서비스 기반에서 운영되는 10만 대 이상의 서버를 통해 그 가능성을 인정 받아 왔고, 결국 오라클에 인수되었다. K스플라이스는 전통적으로 레드햇, CentOS, SUSE 등 다양한 배포본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이번 오라클의 인수로 앞으로는 우분투, 페도라 등 무료 배포본을 제외한 기타 상용 배포본에 대한 지원이 중단된다. 오라클은 자사의 기술 지원 서비스(Oracle Linux Premier Support) 이용 고객에게만 K스플라이스의 업트랙을 통한 제로 다운 타임의 특혜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오픈 소스 진영에서는 레드햇과 같은 업체 또는 커뮤니티에서 K스플라이스의 업트랙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대안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 큰 문제가 아니라는 분위기다. 개인적으로 기술적으로는 맞는 이야기라 본다. 2008년 처음 K스플라이스를 접했을 때만 해도 아이디어가 참신하다는 느낌 그 이상은 아니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커널 개발자 입장에서 보면 특허나 오픈 소스 라이센스 이슈만 없다면 그리 어려운 과제는 아니라 본다.

 

간단히 기술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K스플라이스의 기술 혁신은 코드레벨의 추적을 통해 패치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원본과 패치된 실행가능한 바이너리(binary) 형태에서의 변경된 함수(function)를 추적하여 이들을 한데 묶어 로드 가능한 패치 모듈(loadable module)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패치가 적용되는 과정은 보편화된 방법으로, 시스템은 런타임(run-time) 중에 패치 모듈을 적제하고, 패치된 함수를 일종의 후킹(hooking) 기법을 통하여 기존 함수들을 패치된 함수로 교체하는 기법이다.

 

이로 인해 다운타임 없이 패치 적용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코드 레벨에서 분석하여 패치 모듈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사소한 변경이라도 컴파일 후 결과를 추측하고, 변경 예상 지점을 추적하여 패치 모듈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존재하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할 수 있다. 반면에 K스플라이스는 이러한 개발자의 개입과 이로인한 실수 등을 최소화 시켰다는 점에서 훌륭한 해법이라고 볼 수 있다.

 

■오라클, 레드햇의 '기술 지원 서비스 시장' 넘봐

 

이번 오라클의 K스플라이스 인수는 오라클이 레드햇이 짜놓은 기술 지원 서비스 시장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한다는 점, 그리고 K스플라이스의 기술이 단순히 리눅스뿐이 아니라 다른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 수준까지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맥을 파악해야 할 듯 하다. 엔지니어들끼리 흔히 이야기 하듯이 오라클이 언제부터 리눅스에 신경썼냐며 웃어 넘길 사안이 아닌 듯 하다.

 

K스플라이스는 태생적으로 온라인 서비스 형태의 기술 지원이고 운영체제, 애플리케이션 등에 대한 패치 및 모니터링 등이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최근 가상화 환경 지원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 등을 놓고 볼 때 K스플라이스는 오픈 소스 관련 오라클의 클라우드 전략의 중요 요소로 위치할 것이라 볼 수도 있다.

 

분명 K스플라이스 업트랙은 레드햇이나 SUSE에서 인력과 시간을 투입하면 유사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썬과의 합병 등을 통해 오픈 소스 스택(Stack)의 견고함을 더한 오라클이 이제 자사의 배포본 및 오픈 소스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포괄하는 원격 기술 지원 서비스 부문까지 빠르게 선도력을 가져가게 된다면, 기술 지원에 대한 높은 기대 수준을 갖고 있는 기업에게는 오라클의 오픈 소스 제안이 유일한 답이 되어 버리는, 결국 쏠림 현상이 너무 심해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오픈 소스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다양성은 어떻게 보존해 갈 것인지, 고민을 한번 해볼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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