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주민영

 

지난 2010년, 국내외 시장에 안드로이드폰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업체 중에 하나가 바로 퀄컴(Qualcomm)이었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라인업은 지난해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이하 AP) 시장에서 이정표가 됐던 클럭속도 1GHz대를 선점하며, 모바일 프로세서에서 고성능화의 시대를 열었다. 과거 휴대폰에 어떤 프로세서가 탑재됐는지 큰 관심을 가지 않았던 소비자들이 ‘스냅드래곤(Snapdragon)’이라는 퀄컴의 브랜드를 인지하게 됐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였다.

퀄컴은 지난해 구글 안드로이드폰에 사용되는 칩셋의 77%를 공급하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의 ‘윈텔’ 동맹에 이어 ‘쿼드로이드(Qualcomm + Android)’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올 1분기까지 전세계에서 100개 이상의 단말기가 스냅드래곤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출시됐으며, 출시 준비를 하고 있는 제품만 해도 200여 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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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스냅드래곤 로드맵

그러나 올 초부터 엔비디아(Nvidia)나 TI, 삼성전자 등 경쟁업체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1GHz 속도 경쟁에서 뒤쳐졌던 엔비디아가 듀얼코어 프로세서  경쟁에서는 한 발 앞서 상용화에 성공하며 반격에 나섰다.

구글도 안드로이드 3.0버전인 허니콤 탑재 태블릿에서 엔비디아의 테그라2(Tegra 2) 듀얼코어 칩셋을 GED(Google Experience Device)의 기본 플랫폼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이어서 출시된 다수의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이 테그라2 칩셋을 탑재하는 계기가 됐다.

최대의 안드로이드폰 생산 업체로 부상한 삼성전자가 지난해 선보인 허밍버드 프로세서에 이어 모바일 AP 브랜드인 ‘엑시노스(Exynos)’를 론칭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메모리 반도체의 강자이자 거대 단말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가 모바일용 비메모리 시장에서도 독자 브랜드를 키워가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한 것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기기에서 AP의 전략적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지난 4월에는 LG전자도 ARM과 최신 지적재산권(IP) 라이선스를 맺으며 독자적인 AP 개발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LG전자는 당시 “장기적으로 LG전자만의 모바일 AP를 개발하는 것이 계획”이라며 독자 AP 개발의 의지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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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테그라2 칩셋이 구글 허니콤 GED 제품인 모토로라 줌(XOOM)에 채택되며 반격에 나섰다

이에 퀄컴은 올 상반기 모바일 AP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최대 클럭속도을 갱신하며 명예회복에 나섰다. MSM8×60 시리즈의 클럭속도를 기존 듀얼코어 1.2GHz에서 1.5GHz로 상향 조절하며 듀얼코어 1.5GHz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퀄컴의 MSM8×60 시리즈는 스카이 ‘베가 레이서(Vega Racer)’와 KT테크 ‘테이크 야누스’, HTC 센세이션과 Evo 4G+(HTC 두 제품의 클럭속도는 1.2GHz이다) 등에 탑재돼 최고 사양의 스마트폰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특히, 퀄컴의 최신 듀얼코어 프로세서에는 aSMP(Asynchronous Symmetric Multi-Processor) 기술이 탑재돼 경쟁제품과 비교해 전력관리에서 뛰어난 면모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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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의 aSMP 설계는 멀티코어 프로세서의 전력 관리에서 장점을 보인다

최신 스마트폰은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작업이 멀티쓰레딩(Multi-Threading)으로 작동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2개의 코어가 독립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작업의 비중은 많아야 전체 프로세스의 40%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60%의 작업은 코어 하나만 작동해도 충분하다.

그런데 일반적인 ARM의 Cortex A9을 기반으로 한 AP에서는 코어 하나만 필요한 싱글 쓰레드 명령이 들어올 경우에도 나머지 코어와 L2 캐시에서도 더미(Dummy) 프로세스가 작동하게 된다. 반면 퀄컴의 aSMP 설계로 개발된 프로세서는 L2캐시와 두 개의 코어의 전압과 클럭에 독립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싱글 쓰레드 명령이 들어와도 코어 하나만 작동하고 L2 캐시와 나머지 코어는 동작을 하지 않아 전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퀄컴이 초저전력 CPU 구조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퀄컴코리아는 여러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이용해 테스트한 결과 최대 60% 이상 전력 관리에서 우월한 성능을 보인다고 밝혔다.

퀄컴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차세대 28nm 공정 기반의 퀄컴 크레이드(Krait) 프로세서를 탑재한 2.5GHz급 쿼드코어 제품 등 다양한 차세대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다. 차세대 제품 가운데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은 MSM8960이다.

MSM8960은 크레이트 프로세서를 가장 먼저 탑재한 제품으로 1.7GHz 듀얼코어로 작동한다. 빠른 속도도 장점이지만 무엇보다 MSM8960이 업계의 관심을 끄는 것은 3G, 4G 모뎀과 AP를 하나로 통합한 싱글칩 제품이기 때문이다.

벌써 미국 등 해외 시장에 LTE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있지만 현재 출시된 제품은 3G와 LTE 칩셋을 별도로 탑재해야 하기 때문에 단말기 두께가 두껍고 전력 소모가 높은 단점이 있다. 모뎀칩과 AP를 별도로 탑재해야 하기 때문에 칩이 차지하는 공간이 크고 입출력 인터페이스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MSM8960은 크레이드 프로세서와 GSM/LTE 모뎀 칩을 하나로 통합한 세계 최초의 3G-4G 통합 싱글칩으로, 1.7GHz 듀얼코어로 작동한다. 지금까지 출시된 LTE 스마트폰의 문제점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MSM8960 칩셋은 2011년 말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퀄컴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벌써 대다수의 제조업체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2012년 상반기에는 MSM8960 칩셋을 탑재할 제품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MSM8960을 탑재한 단말기는 LTE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열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적으로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는 스마트폰과 관련 부품 시장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이 기존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면서 올해 스마트폰 출하 규모가 4억72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10년 3억500만대와 비교해 55%나 증가한 규모다.

이러한 성장세는 2015년까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IDC는 기능은 더욱 좋아지면서도 단말기 판매 가격과 데이터 요금이 꾸준히 하락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전체 휴대폰 시장보다 4배 이상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에는 스마트폰 출하량 규모가 올해의 두 배에 달하는 9억8200만 대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드로이드와 iOS, 윈도우폰 등 스마트폰 운영체제 경쟁과 단말기 업체의 경쟁 구도와 더불어,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의 경쟁 추이를 지켜보는 것도 스마트폰 시장 경쟁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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