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출처정보 뜻하는 'OSINT'
러시아 침공 개시 이후 SNS에 홍수같이 쏟아져
스마트폰 사진·영상, 민간 위성 이미지 등 포함
민간인들 자발적으로 참여해 정보 분석
러시아군 '가짜 뉴스' 교차 검증으로 방어
미래 전쟁 범죄 수사 자료로도 매우 중요
美 타임지 "OSINT가 침공 전 세계에 보여주는 창문"

 

 

위기 몰린 우크라이나, 비장의 무기는 '오픈 소스' 데이터? [임주형의 테크토크]

지난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외곽 부차에서 한 주민이 파괴된 러시아 군용 차량의 잔해를 바라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침공 군사작전에 서명했습니다. 수만명의 병사와 수천대의 전차·장갑차는 물론 미사일과 폭격기까지 동원됐으며, 러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군사력을 보유한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풍전등화처럼 보이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침공이 시작된 뒤 첫 교전에서는 군사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군이 치열한 저항을 펼쳤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일선에서 지휘하는 군대가 높은 사기를 갖췄을 뿐더러, 시민들의 지지와 협조도 두텁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뿐만이 아닙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전차 부대가 진격해 오는 진로마다 매복해 있다가 대전차 무기, 전투기 등으로 급습한 뒤 후퇴하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OSINT(오신트·공개출처정보)'가 크게 기여했습니다. OSINT는 대중에 공개된 스마트폰 영상, 빅데이터, 위성 이미지 자료 등을 일컫는 말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전쟁과는 아무 상관 없어 보이지만, 이 정보는 현재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막대한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처지에서는 강력한 무기로 해석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OSINT, 오픈 소스 인텔리전스(Open source intelligence)의 준말입니다. 원래는 국가정보원같은 정부 첩보기구나, 민간 정보회사에서 대중에 일부 공개하는 여러 자료 묶음을 이르는 말이었습니다.

 

 

위기 몰린 우크라이나, 비장의 무기는 '오픈 소스' 데이터? [임주형의 테크토크]

한 법률회사에서 유출된 자료를 바탕으로 전 세계 언론인들이 공조해 조세회피처를 조사했던 '파나마 페이퍼스' 사건은

대표적인 OSINT 사례다. / 사진=연합뉴스


 

과거 OSINT 자료를 분석하는 이들은 대부분 언론사에 종사하는 기자들이나 대학교의 교수들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16년 파나마 법률회사에 유출된 정보를 토대로 조세도피처에 몰래 자산을 숨겨둔 인물 목록을 파헤쳤던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스' 사건은 국제 언론인들이 힘을 모아 이뤄낸 대표적인 OSINT 분석 사례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전 세계에 보급되고,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탄생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개념이 활성화되면서 OSINT는 소수의 전문가가 아닌, 다수 민간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장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서도 OSINT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됐습니다.

 

통상 현대전에서는 정보 수집이 매우 중요합니다. 기술의 발달 덕분에 선진국 군대는 최첨단 정찰기를 전장에 투입해 가치 있는 정보들을 끌어모아 적의 동향을 파악합니다. 일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인접 국경에 약 10~13만명 규모의 군대를 결집했던 지난해 12월~1월 사이, 미군·영국군의 'RC-135' 전자정찰기가 흑해 인근을 바쁘게 날아다니며 신호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쟁 발발 직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며 공개적으로 러시아군의 의도를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이 또한 미 공군의 다양한 정찰기, 인공위성으로 수집한 광학 정보, '글로벌 호크' 같은 고고도 정찰 드론의 활약으로 러시아군의 의중을 조기에 파악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위기 몰린 우크라이나, 비장의 무기는 '오픈 소스' 데이터? [임주형의 테크토크]

미 공군, 영국 공군 등이 운용하는 정찰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정보 수집에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사진은 미 공군의 RC-135W 전자정찰기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실제로 전투가 발생하면, 이런 고가의 정찰 자산을 전장에 직접 투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다른 나라가 섣불리 개입했다가는 전쟁이 어느 수준까지 확전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전쟁이 벌어진 지난달 24일, OSINT 누리꾼들이 행동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들이 정보를 모으는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수많은 현지 주민들이 러시아 군인들이 이동하는 모습, 미사일이 날아오는 장면, 폭격을 받고 망신창이가 된 건물 등 영상·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트위터'에 게재하기 때문입니다. 누리꾼들은 이 데이터를 모아오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가 하면 유럽우주국(ESA)이 운영하는 지구 관찰용 인공위성의 합성개구레이다(SAR·지상 지형을 파악할 수 있는 센서) 사진, 다른 민간 위성 기업들이 찍은 위성 카메라의 우크라이나 사진도 수십, 수백개가량 올라왔습니다. 이 수많은 OSINT 데이터는 현지인들은 물론, 우크라이나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귀중한 단서가 됐습니다.  [기사 더보기]

 

 

[출처 : 아시아경제(cm.asiae.co.kr)]

[기자 : 임주형 기자(skeppe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