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철 기자 imc@zdnet.co.kr 2013.01.26 / AM 09:12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30126021223

 

 

한 무명 개발자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exFAT' 파일시스템을 대체할 오픈소스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해 주목된다. 이는 기업과 개인들이 휴대용 USB메모리에 쓰이는 MS 파일시스템 특허를 안 쓰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한 영미권 외신은 앤드류 나옌코라는 이름의 개발자가 이달 중순께 밝히길, 3년간 진행된 프로젝트의 결과로 '퓨즈-exFAT' 1.0.0 버전을 만들어냈고 이는 MS의 exFAT 파일시스템을 대신할 수 있는 것으로 소개됐다고 보도했다.

 

나옌코가 공개한 기술은 타볼 형식의 압축파일로 구글코드 사이트(http://code.google.com/p/exfat/downloads/list)에 공개됐다. 리눅스나 유닉스 기반 운영체제(OS) 또는 애플의 OS X 계열 환경에서 컴파일해 사용할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그간 MS가 exFAT라는 자체 파일시스템을 다른 기업들이 쓰게할 때 라이선스료를 받아챙겨왔기 때문에, 오픈소스 대체기술의 등장은 그 매출에 손실을 안길 수도 있다.

 

일례로 MS는 자동차제조업체 BMW에 exFAT 기술을 라이선스해줬는데 구체적인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비슷한 방식으로 아스펜아비오닉스, 캐논, 파나소닉, 리서치인모션(RIM), 산요, 소니가 MS와 계약했다.


 


 

'파일시스템'이란 컴퓨터의 드라이브에 보관된 파일의 위치를 관리하는 기술을 가리킨다. 윈도를 예로 들면 윈도2000부터 'NTFS'라는 체계를 도입했고, 윈도서버2012부터는 그것을 개선한 'ReFS'를 쓰기 시작했다. 함께 개발된 윈도8에도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보류됐다. 다른 예로 애플은 완전히 독자적인 파일시스템을 써왔는데 OS X의 'HFS+'가 개선된 버전이다.

 

사실 개인소비자와 기업들 절대다수는 USB플래시메모리나 외장형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같은 제품에서 어떤 파일시스템 형식이 쓰이는지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휴대용 디지털카메라에서 사진파일 기록매체로 쓰는 SD카드도 마찬가지다.

 

이들 저장장치는 애플 OS X이나 MS 윈도, 어느쪽에서든 읽고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은 각 저장장치의 파일시스템이 'FAT32'라는 흔한 형식으로 표준화된 덕분이다.

 

다만 휴대용 저장매체에서 파일시스템의 역할은 좀더 중요해진다. 파일시스템은 단밀 저장매체로 다룰 수 있는 최대 저장용량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다뤄야 할 정보량이 늘면서, 단일 매체에 저장할 수 있는 최대 용량 한도도 커가는 추세다.

 

SD HD카드는 FAT32 형식으로 포맷해 32GB까지 저장할 수 있다. 그런데 새로운 저장매체인 SD XC카드는 이론상 32GB부터 최대 2테라바이트(TB)까지 기록될 수 있는 규격이다. 단 이를 위해서는 파일시스템을 exFAT 형식으로 바꿔야 한다.

 

exFAT 파일시스템을 쓴 저장매체를 다루기 위해서는 그 내용을 읽는 시스템이 그 기술을 지원해야 한다. 앞서 BMW를 비롯한 회사들이 exFAT 기술을 MS로부터 라이선스받은 까닭이다.

 

BMW의 CE디바이스커넥션 담당 매니저 고트프리드 슈미드는 "exFAT 파일시스템의 추세에 대응키위해 BMW는 우리 고객들의 CE 디바이스와 대용량 저장기기 호환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MS와의 라이선스 계약은 수많은 카메라와 휴대폰 제조사들이 법적인 안전지대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통한다. 저장매체와 이를 쓰는 카메라나 휴대폰 등 휴대기기를 만드는 제조사들이 exFAT 파일시스템 호환성을 제공하려면 예외 없이 MS에게 로열티를 내줘야 했다.

 

나옌코라는 개발자가 exFAT의 오픈소스 대체기술을 만들기 위해 그 내용을 '역공학'했는지 언급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MS는 exFAT 기술을 라이선스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나옌코의 기술이 회사의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에 답하진 않았다.

 

지난 2009년 SANS 연구소도 어떤 카메라에 저장돼온 것으로 추정되는 민감한 사진 이미지에 대해 포렌식 검사를 수행할 목적으로 exFAT 파일시스템을 역공학하려 했던 사례가 있다. 하지만 MS는 exFAT 파일시스템의 세부내용을 거의 공개한 적이 없다.

 

나옌코는 exFAT 파일시스템을 'FUSE모델'이라는 방식으로 구현했다. 퓨즈모델은 구동중인 커널인터페이스에 연결되는 적재가능한 커널모듈 형태로 만들어졌다. 'GNU 퍼블릭소프트웨어라이선스'가 지정돼 있다.

 

나옌코가 만들어온 기술을 알아보고 기업들이나 다른 영리조직들이 퓨즈-exFAT를 그 실제 제품에 사용해 적용했을 경우 법적으로 문제소지가 있을지 여부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지난해 나옌코는 MS가 그에게 시비를 걸지 않으리란 생각을 내비쳤다. 그는 구글 뉴스그룹에 "다행스럽게도 미국법은 세계법이 아니다"라고 썼다.

 

외신은 최근 그의 입장이 한층 더 '무간섭주의'에 가까워졌다고 지적했다. 나옌코에게 퓨즈-exFAT 기술의 법률적 입지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변호사와 상의하는 게 나을 것"이라며 "나는 이 프로젝트를 단순히 재미로 진행했고, 미국 거주자가 아니니까 (MS의) 특허에 대해서 신경쓰지도 않는다"고 답했다.

 

퓨즈-exFAT와 리눅스를 비교하는 구도가 어렵지 않게 떠오른다. 오픈소스커뮤니티와 MS간의 격전은 지난 1990년대 후반까지 거슬러올라간다. 하지만 리눅스는 새로운 OS커널을 설계해 만들어진 것이지 기존 MS의 기술을 복제한 게 아니다.

 

나옌코가 기존 MS 기술과 완전히 독립적으로 exFAT 파일시스템의 오픈소스 버전을 만든 것일 수도 있지만 어떤 회사든지 퓨즈-exFAT에 기반한 제품을 미국 시장에 판매하려면 MS 본사로부터 법적인 시비에 휘말릴 각오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