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철 기자 imc@zdnet.co.kr 2013.01.23 / AM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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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브라우저 업체 오페라소프트웨어가 애플의 기술을 쓴 '오페라아이스(Opera Ice)'를 선보였다. 자체 렌더링 엔진을 가졌음에도 애플의 오픈소스기술 '웹킷(Webkit)'을 도입한 배경에 업계 관심이 쏠렸다.

 

지난주 시연된 오페라아이스는 애플 아이패드 태블릿에서 돌아가는 웹킷 렌더링엔진 기반의 브라우저다. 버튼과 메뉴를 없애는 등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간소화하고 제스처입력을 통한 조작에 특화한 기능을 특징으로 삼는다. 공개된 영상에서 오페라소프트웨어의 시연자는 손으로 쓸어넘기는 동작을 통해 웹사이트 방문이력을 표시하고 특정 페이지를 연 채 다른 검색결과를 표시하기도 한다.

 

사실 업계가 오페라아이스에 주목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이 브라우저는 오페라소프트웨어가 자체 렌더링 엔진 '프레스토(Presto)'를 쓰지 않고 개발한 드문 사례란 점이다. 프레스토 엔진은 회사가 PC와 모바일, 임베디드 환경을 아울러 여러 플랫폼에 돌아가는 브라우저를 개발해온 핵심 기반 기술이었다.

 

지난 2010년 11월 방한한 라스 보일레센 오페라소프트웨어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제조사가 브라우저 직접 개발을 포기하고 오페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페라는 (구글 크롬이나 애플 사파리같은) 웹킷 기반 브라우저에 대항할 유일한 브라우저"라고 말했다.

 

■웹킷, 모바일 업계 영향력 확대일로

 

그랬던 오페라소프트웨어가 프레스토 대신 웹킷을 쓰게 된 이유는 모바일 업계에서 '사실상(de-facto)표준'이 돼가는 기술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 성격으로 비친다.

그간 오페라소프트웨어는 자체 엔진을 쓴 '오페라모바일'을 구글 안드로이드 버전으로만 내놨고 iOS 버전은 아예 렌더링엔진을 클라우드 방식으로 처리한 '오페라미니'만 개발했다. 프레스토를 적용한 오페라모바일은 iOS용으로 나올 수 없었다. 애플이 iOS에 내장된 웹킷 이외 렌더링 기술을 허용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웹킷은 애플이 자사 PC용 브라우저 '사파리'를 만드는데 주로 쓰이다가 구글이 '크롬'을 만들면서 사용자를 크게 늘렸다. 이후 웹킷을 내장한 iOS와 안드로이드가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을 양분하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브라우저 기술로 확산됐다.

이런 추세는 오페라소프트웨어의 기존 브라우저 관련 비즈니스 전망을 비관적으로 만들었다. 회사는 스마트폰 이전에 자바 등 임베디드 환경의 휴대폰과 TV 등 가전기기용 브라우저를 개발하는 플랫폼 기술을 통해 사업을 꾸려왔기 때문이다.

 

이제 회사가 여러 플랫폼에 맞춤형 브라우저 기술을 공급할 기회는 상대적으로 줄었다. 다른 브라우저 기술을 내장한 소수의 플랫폼이 모바일을 넘어 TV와 자동차 등 여러 컴퓨팅 기기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다.

 

■오페라, 프레스토 엔진 포기설 '글쎄'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오페라아이스 개발 사실을 놓고 회사가 웹킷을 채택하면서 자체 기술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이란 분석도 내놨다. 하지만 실제로 오페라소프트웨어가 그런 결단을 내렸을 것이라 장담하긴 어렵다. 자체 브라우저 기술을 통해 벌여온 기존 사업이 지속되는 한 프레스토 엔진 자체를 포기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지난주 온라인 IT미디어 테크크런치의 대럴 에더링턴은 모바일 전문사이트 포켓린트 취재영상을 인용, 오페라소프트웨어가 프레스토를 안 쓰고 사파리와 크롬같은 웹킷기반 브라우저를 개발중이며 다음달중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 포켓린트가 촬영한 아이패드용 오페라아이스 브라우저 시연영상 스크린샷


 

하지만 지난 21일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개된 오페라아이스가 '엔지니어링빌드(시험판)' 성격이라며, 내달중 정식 공개가 안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현시점에 오페라아이스를 iOS환경이 아닌 다른 모바일플랫폼에도 개발할 것인지도 미지수다. 회사가 웹킷 엔진을 안드로이드용 브라우저에도 선보일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회사는 기존 오페라미니와 데스크톱용 오페라 등 기존 브라우저도 계속 만들 계획이다. 삼성 바다에 이어 타이젠,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폰 및 윈도8용 브라우저 개발 가능성도 타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통한 웹서핑이 대중화된 현재, 자신이 쓰는 브라우저의 렌더링 엔진이 뭔지 알거나 궁금해하는 사용자는 드물다. 그간 오페라소프트웨어는 순수한 브라우저 업체로서가 아니라 웹표준과 여러 플랫폼을 지원하는 '열린 웹'의 가치에 무게를 뒀다.

 

예를 들어 회사는 지난 2010년부터 광고플랫폼업체 애드마벨, 광고네트워크업체 모바일씨어리, 4th스크린애드버타이징을 인수하고 모바일웹 기반의 글로벌광고 플랫폼사업자로 나섰다. '오페라모바일스토어'라는 멀티플랫폼 앱장터도 운영중이다. 예전부터 회사의 자체 렌더링엔진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사업도 다수 벌여왔단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