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오원석 | 2011. 07. 03

 

자동차를 굴리고, 난방을 하는 등 각종 생활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는 데 석유나 석탄이 필요하다. 전세계에서 하루에 쓰는 석유는 무려 8500만배럴, 국내에서만 하루에 230만배럴에 육박하는 석유를 쓰고 있다고 하니, 화석연료에 대한 인간의 의존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화석연료 자체가 한정적이라는 문제 뿐만 아니라,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부산물도 지구 환경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다. 세계는 지금 이 같은 화석연료 대신 이용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차세대 에너지원을 탐구하고 있는 연구소가 있다. 대전 대덕 연구단지 내에 있는 ‘국가핵융합연구소(NFRI)’다.

차세대 무한·청정에너지

“1g으로 석탄 8톤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바닷물에서 뽑은 중수소 욕조 반 분량과 노트북 배터리에서 뽑은 리튬으로 한 사람이 30년간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요.”

박미경 국가핵융합연구소 케이스타 운영사업단 제어기술팀 팀장은 핵융합에너지의 고효율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핵융합에 이용되는 원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극히 적은 양으로도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주요 원료인 중수소는 자연에 풍부하게 펼쳐져 있다. 중수소는 바다로부터 얻는다. 자연에서 찾기 어려운 또 다른 원료 삼중수소는 노트북의 배터리 등에 들어가 있는 리튬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노트북 5시간을 돌리기도 버거운 작은 배터리에서 한 사람이 30년간 이용할 수 있는 전기를 뽑아낸다니, 핵융합 에너지의 높은 효율성을 실감케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핵분열은 우라늄과 같이 무거운 원소들이 분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량 손실이 에너지로 바뀌는 원리를 이용한다. 핵융합은 이와 반대다. 핵이 융합하는 과정에서도 질량 손실이 일어난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핵의 질량은 융합 되기 전 원료가 되는 핵들의 전체 질량보다 작기 때문이다. 핵분열 과정과 달리 핵융합 과정에서는 방사능 물질도 나오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원료를 바다로부터 얻을 수 있다는 점과 방사능 유출 우려가 없다는 점. 핵융합 에너지를 차세대 ‘무한에너지’, ‘청정에너지’라고 부르는 이유다.

과학자들은 핵융합 에너지를 이용해 본격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점을 2030년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그때까지는 관찰과 연구를 통해 핵융합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과정이 필수다. ‘케이스타(KSTAR)’라고 이름 붙인 토카막(TOKAMAK) 장치가 핵융합 연구의 핵심이다. 케이스타는 국가핵융합연구소의 심장이나 다름없다.

케이스타는 작은 핵융합 발전소다. 2030년까지 목표로 하고 있는 대규모 핵융합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시험 장비다. 케이스타 내부에 가스 형태로 주입한 원료를 고열로 가열해 플라즈마를 생성하고, 그 플라즈마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관찰한다. 박미경 팀장이 속해 있는 케이스타 제어기술팀은 토카막 장비에서 일어나는 플라즈마 반응을 관찰하고, 전체 장비를 운영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케이스타’ 운영은 오픈 소스로

케이스타 장비를 운영하는 시스템은 상용 소프트웨어가 아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쓴다.

“케이스타를 제어하는 시스템은 ‘에픽스(EPICS)’라는 미들웨어로 개발했습니다. 대규모 플랜트가 보통 상용 제품을 갖다 쓰는 데 반해 우리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이용합니다. 비상용 제품이죠. 원래 에픽스는 1980년대에 입자가속기 분야에서 시스템을 제어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로 개발됐고, 전세계 입자가속기 시스템이 에픽스로 꾸며져 있습니다. 토카막 시스템을 에픽스로 꾸민 건 우리가 최초라고 할 수 있죠.”

케이스타 운영사업단 제어기술팀, 현재 케이스타가 운영중인 상황이라 장비실 내부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전체 시스템을 갖춘 이유는 간단하다. 핵심 장비의 긴 교체주기 때문이다. 케이스타와 같은 토카막 장치의 교체 주기는 보통 2~30년 수준이다. 그 기간 동안 상용 소프트웨어가 유지될 것인지 확신을 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에픽스와 같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사용자가 직접 개발한다. 이 때문에 에픽스 시스템은 개발 이후 지금까지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 상용 소프트웨어에 투자되는 막대한 비용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쓰는 이유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시스템을 운영할 때 생기는 이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개발자가 새로 추가한 기능이 전세계 연구 시설에 보급돼 이용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 개발해 전세계에 배포한 에픽스 라이브러리가 30여가지가 넘는다.

제어기술팀은 케이스타 장비를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인 에픽스로 운영한다

화면 하단 중앙에 보이는 원형 장비가 한국형 토카막 장비 케이스타

“우리가 ‘케이스타 위젯 툴킷(KWT)’ 라이브러리 패키지를 설치방법, 사용법과 함께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기존 라이브러리에서 기능을 보완한 것도 있고, 올 연말에 발표할 예정인 새로운 기능도 있습니다. 다른 연구소에서 사용하겠다고 하면 사용법을 알려주는 등 협력하고 있죠.”

박미경 팀장은 에픽스 사용자 그룹을 확대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업체 개발자를 상대로 에픽스에 대해 교육을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박미경 팀장은 “개발업체에 에픽스를 제공하고 있다”라며 “제어시스템 툴킷이나, 에픽스 프레임워크도 제공하고 있으며, 표준화 과정을 통해 같은 형식 내에서 같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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