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도안구 | 2011. 06. 19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은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조사 자료가 충격적이다. 국내 기업들의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이하 클라우드)에 대한 이해와 적용이 다른 아태지역 국가에 비해서 낮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특히, PC 50대 미만의 국내 소규모 기업의 70%가 클라우드에 대해 ‘잘 모른다’거나 ‘전혀 모른다’라고 답해,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라우드로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곳이 중소기업과 소호(SOHO)다. 그런데 실상은 이들이 정보기술(IT) 전문가를 내부에 보유하지 않고 있고 또 상시적으로 자문을 구할수 있는 IT 전문가들과의 관계도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2월 아태지역 8개국(대한민국,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의 IT 결정권자나 책임자 88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태국에 이어 클라우드에 대한 이해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5점 척도의 클라우드 이해도 항목에서 호주(3.3), 뉴질랜드(3.3), 싱가포르(3.2)가 높은 순위를 기록했고, 인도네시아(3.1), 필리핀(3.1), 말레이시아(3.0)가 그 뒤를 이었다. 아태지역 평균이 3.0임에 반해 우리나라는 2.7에 불과했다.

호주의 경우, 설문에 응한 110명의 기업 CEO나 IT 책임자 중 45%가 클라우드를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35%가 ‘이미 기업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응답자 105명 중 18%만이 클라우드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고 답해, 큰 차이를 드러냈다. 그나마 500대 이상의 PC를 보유한 대기업 종사자들 중 73%가 클라우드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게 위안이 되는 셈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세부 개념인 SaaS(Software as a Service), PaaS(Platform as a Service),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에 대한 이해도 역시 비슷해, 중소기업(PC 500대 미만)에서 클라우드 세부 개념을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에 불과했다.

이같은 결과는, 아직까지 국내 기업이나 기관이 IT의 역할에 대해 비즈니스 ‘지원’ 차원일 뿐,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동력’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조사 결과 발견된 또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클라우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수록, 클라우드가 현존하는 기업의 IT부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답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 아태지역 8개국 중 클라우드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낮았던 우리나라와 태국의 경우, 클라우드가 IT부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답변이 64%, 75%로 높았다. 특히, 500대 이상의 PC를 가진 국내 대기업의 경우 76%가 IT부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반면,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한 수는 10-20%에 불과해 정반대의 결과가 도출됐다. 이는 클라우드에 대한 이해 부족이 오해로 이어지고 있음을 증명해주는 수치이다.

얼마 전 만난 클라우드 서비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개로 한 기업에 갔는데 IT 부서 아랫사람들이 클라우드로 가면 안되는 100가지 이유를 들고 있었다. 정작 실무진들이 안움직이겠다고 작정하고 있는데 무슨 말이 되겠나”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런 현상은 외국계 IT 업체들이나 컨설팅 업체들이 지나치게 비용절감 측면에서만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용절감 요인으로 인력 감축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함께 힘을 합쳐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할 상황에서 정반대의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

이와 관련 베니스 대학 경제학 박사인 페데리코 에트로(Federico Etro) 교수는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과 관련된 그의 연구 논문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은 비용효율적으로 IT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정적인 서비스”라며 “클라우드 서비스가 도입되면 IT인력이 감축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용을 창출하고 거시경제의 성과가 좋아지며, 새로운 직업이 출현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모든 업계를 통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설문에 응한 국내 기업 CEO나 IT 책임자들은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을 주저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보안’(30%)을 꼽았다. ‘관리(19%)’나 가격(19%)이 그 다음 순위로 꼽혔다.

이는 기업이나 조직이 IT 자산을 직접 관리하지 않아 데이터 유출이나 해킹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의 본격적인 활성화와 더불어 보안에 대한 업계와 정부의 구체적인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함을 보여준다. 

김제임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은 “기업이나 조직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시 현재 구축돼 있는 IT시스템과 어떻게 융화될 수 있는지, 고객이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는지, 철저한 보안 체계를 갖춘 플랫폼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지난 6월 13일, ‘클라우드, 빅데이터를 만나다(Cloud Meets Big Data)’를 주제로 열린 ‘EMC 포럼 2011′에 참석했던 제레미 버튼(Jeremy Burton) EMC 총괄 부사장은 보안 문제에 대해 “클라우드에서 가장 큰 이슈가 보안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들의 데이터가 구름 속 어디에 있는 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내부에 클라우드를 구축하려하고, 외부의 클라우드 똑한 기업 내부의 데이터센터 아키텍쳐와 동일하게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장 확산을 막는 가장 큰 장애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과거에는 은행에 돈을 맡기려 하지 않았다. 은행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루나 침대밑이 더 안전하고 생각했다. 데이터센터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궁극적으로 보안 기술도 진화 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플의 ‘아이클라우드’(iCloud) 발표 후 그 어느 때보다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이 국내 중소기업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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