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용은 IT조선 조상록 기자와 (사)한국공개소프트웨어협회 심호성 부회장의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된

기사 시리즈 중 두번째 내용 입니다.

 

"정부나 기업들은 오픈소스 시장에서 기존 산업군처럼 명확한 성공사례나 수익으로 직결되는 결과만을 얻으려고 한다."

한국공개소프트웨어협회 심호성 부회장의 말이다. 국내 오픈소스 산업 성장의 걸림돌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곧바로 나온 대답이다.

오픈소스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최근 한국SW산업협회가 진행한 ‘SW 런&그로우 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8300만명의 개발자가 오픈소스 개발에 참여하고 있고, 2025년에는 1억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또한 20억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운영 중이다.

포춘(Fortune)지에서 선정한 100대 기업 중 90%가 오픈소스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오픈소스의 대명사인 ‘리눅스’를 두고 ‘암(Cancer)과 같은 존재’라고 비하했던 마이크로소프트조차 태세를 전환해 오픈소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18년 75억 달러에 깃허브를 인수한 것은 오픈소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상징한다. 참고로 깃허브는 소스 코드 호스팅 서비스이자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으로, 오픈소스 참여자들의 성지다.

 


현재 소프트웨어 산업은 오픈소스가 이끌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오픈소스가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호성 부회장은 지금의 오픈소스는 모든 산업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소프트웨어 그 자체만으로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반의 산업 전체를 고도화 시키는 핵심이라는 말이다. 실제 20억 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보면 인공지능, 머신러닝,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증강현실, 블록체인 등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들이다.

이제 한국 시장 이야기를 해보자. 한국 또한 오픈소스 시장이 나름 활발하다. 오픈소스 활용률은 60%가 넘고 시장 규모는 7조원에 이른다. 언뜻 보면 한국의 오픈소스 산업도 전세계에서 영향력을 크게 발휘할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픈소스는 사용자가 많은 것은 것과 개발 및 수정 등으로 해당 소프트웨어를 주도하는 것과는 다르다. 소프트웨어를 주도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한국 오픈소스 산업의 기여도는 낮은 편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당장에 성과가 나오질 않아서다.

전통적인 기업은 물론 여러 분야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창업하는 스타트업들조차도 결국 성과를 내고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이는 사업을 이어나가기 위한 필수 요소다.

하지만 오픈소스 산업만큼은 얘기가 다르다. 오픈소스는 말 그대로 공개된 소프트웨어이고,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각자 취향에 맞게 수정도 가능하다. 핵심은 무료라는 것인데, 공급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오픈소스만으로 수익을 낼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오픈소스의 특성을 태생적 한계로만 본다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레드햇, 인텔, IBM, 아마존, 페이스북 등의 글로벌 IT 기업들이 오픈소스에 공을 들이는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다. 만약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라는 목적으로 인식을 바꾸면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진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자체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수많은 참여자를 발생시킴으로써 거대하고도 강력한 지배력을 가진 것 처럼 말이다.

이는 인식의 전환과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오픈소스에 대한 투자 관점이 결과에 맞춰져 있다. 정부 관점에서는 관련 지원사업을 진행했고, 그 결과 수익 발생이나 활용 사례 등의 결과물을 필요로 한다. 투자하는 기업 관점에서는 스타트업 투자처럼 사용자 수가 늘고, 수익이 발생하면서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기를 바랄 것이다.

결국 이러한 관점은 오픈소스 시장을 성장시키는 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관점을 바꾸면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오픈소스에 대한 인식의 전환, 즉 즉각적인 결과물로 성과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오픈소스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개발 환경을 지원하면 개발자들의 참여가 늘게 되면서 오픈소스 시장은 저절로 성장하고,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의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IT조선, https://it.chosun.com/site/data/html_dir/2022/12/23/2022122300482.html

기자 :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