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용은 IT조선 조상록 기자와 (사)한국공개소프트웨어협회 심호성 부회장의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된

기사 시리즈 중 첫번째 내용 입니다.

 

[로그人] 심호성 "클라우드·빅데이터·인공지능 모두 오픈소스"

 

한국공개소프트웨어협회(이하 공개SW협회) 심호성 부회장 / IT조선

 

‘오픈소스는 소스 코드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수정과 배포가 가능하다’는 정의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물론 여전히 그러한 특징은 유효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들의 핵심 전략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구글은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인 예가 된다. 안드로이드, 텐서플로우, 쿠버네티스는 구글이 제공하는 오픈소스로, 표면적으로는 ‘이 소스 코드를 통해 누구나 혁신적인 솔루션을 만들어 보라’는 사회적 기여 측면이 드러나 있다. 하지만 이와 함께 구글이라는 이름을 한번 더 드러내 보임으로써 비즈니스 확장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목적이 핵심이다.

한국공개소프트웨어협회(이하 공개SW협회) 심호성 부회장은 "최근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을 보면 90%는 오픈소스 기업일 것이다. 이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자체로서 비즈니스를 구축하지 않고 사용자를 늘리고, 다양한 플랫폼의 기반을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이다. 이러한 변화가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일어나고 있고, 한국 역시 그 변화를 인지하고 있지만 오픈소스 인프라는 문화적·산업적 측면에서 부족한 상황이다. 심호성 부회장은 무엇보다 오픈소스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심호성 부회장에게 국내외 오픈소스 시장의 변화를 비롯해 국내 대표적인 오픈소스 협회로써의 역할 등을 들어봤다.

 

Q. 오픈소스 시장이 점차 커지면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가?

시장의 성장은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2021년 조사 기준으로 보면, 국내 기업의 오픈소스 활용률은 60%가 넘는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기업의 오픈소스 사용률은 90%에 이를 것이다. 시장 가치 또한 7조원가량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에서도 인식이 바뀌고 있다. 오픈소스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소프트웨어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물론 해당 산업의 주도권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오픈소스를 비즈니스 토대 마련을 위한 핵심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

또 한 가지는 오픈소스에 대한 범위의 확장이다. 과거에 오픈소스라고 하면 소스 코드만을 지칭했는데, 지금은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을 위한 데이터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툴, 그리고 플랫폼이나 클라우드까지 모두 오픈소스라는 큰 개념 안에 포함시키고 있다.

Q. 범위의 확장이 해당 기업들에게는 여러 측면에서 기회가 될 것 같다. 오픈소스에 적극적인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사용하고 있나?

방향과 속도 전략이다. 현재 모바일 운영체제, 클라우드, 빅데이터 관리, DBMS 등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오픈소스가 지배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기업이 처음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원하는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의 머신러닝 라이브러리 ‘텐서플로우’는 1300명이 넘는 개발자들의 기여(소스 수정)를 통해 완성된 오픈소스인데, 만약 독자적으로 텐서플로우를 만들었다면 400년이 걸렸을 것이라고 한다. ‘400년을 약 4년 반으로 줄였다’는 것이 바로 속도 측면에서 오픈소스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방향은 앞서 속도 측면의 또 다른 줄기다. 또 구글의 예를 들게 되는데, 안드로이드는 전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지금의 안드로이가 됐다. 즉,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수많은 앱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전략을 ‘오픈소스 방식’이라고 표현하는데, 개방하고, 공유하고, 기여하는 것들이 다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가 지금의 오픈소스다.

Q. 앞서 국내에서도 오픈소스 사용률이 꽤 높다고 언급했는데, 국내 오픈소스 시장은 어떤가?

국내도 오픈소스 사용률은 물론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는 기업도 점차 늘고 있다. 공개SW협회에서 발간한 ‘오픈소스 기업 정보집’에도 현재 100개 이상의 기업이 등록돼 있다. 운영체제, 데이터 관리, 스토리지, 웹 서버, 클라우드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기업들이 분포돼 있다.

Q. 국내 기업들도 소스 코드를 직접 개발해 공개하나?

오픈소스에 대한 관점이 차이가 좀 있는 것 같다. 오픈소스 기업이라고 해서 0부터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기 때문에 더 멀리 볼 수 있다’는 아이작 뉴턴의 말처럼 기존에 잘 구축된 오픈소스를 활용해 소스 수정을 거쳐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

요즘 오픈소스에 대한 관점은 누가, 어떤 기업이 소스 개발의 업적을 이루었느냐가 아니라 선행된 연구를 잘 활용해서 발전시킨다는 부분에 더 맞춰져 있다. 실제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형태로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Q. 국내 시장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것 같다.

예전에는 오픈소스 하면 세 가지 인식이 있었다. 첫 번째는 ‘오픈소스는 무조건 무료다’, 두 번째는 ‘품질을 믿을 수 없다’, 세 번째는 ‘오픈소스 하는 기업들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이다.

그런데 몇 년 사이 오픈소스의 위상은 높아졌다. 산업계에 화두가 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을 보면 클라우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기술이 오픈소스로 구성돼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변화 덕분에 앞서 언급한 인식이 많이 전환됐고, 무엇보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이나 정부 차원에서도 충분히 키울 수 있는 시장이라고 받아들이는 환경이 됐다.

물론 부족한 부분도 있다. 오픈소스 기업들의 매출 활동이 본격화 되지 않았다는 부분인데, 바꿔 말하면 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탓인지 기업이나 정부의 투자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Q. 아직 성장할 기회가 많은 분야인 만큼 공개SW협회의 역할도 클 것 같다.

공개SW협회는 결국 오픈소스 기업들의 발전과 이를 기반으로 한 전반적인 오픈소스 시장 발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쉽게 말해 수요와 공급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오픈소스 기업들이 수익도 내고 시장 규모도 커질 수 있도록 여러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올해 의미 있는 변화는 국산 소프트웨어를 공공조달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공개SW 다수공급자계약(MAS)제가 시행(9월)됐다는 점이다. 공개SW협회는 이 제도를 이끌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리고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시키기 위한 여러 행사를 진행했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교육과 컨설팅이다. 협회는 오픈소스 라이센스 인식 개선을 위한 한국저작권위원회의 활동을 지원하는 등을 비롯해 오픈소스 교육과 컨설팅을 진행함으로써 오픈소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전문성 강화 등의 효과를 얻었다.

Q. 왜 오픈소스 산업을 발전시켜야 하나?

오픈소스는 모든 산업의 토대다.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과 같이 특정 도메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바꿔 말하면 모든 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오픈소스 경쟁력이 강해야 한다는 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최근 성장하는 오픈소스 기반 기업들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미국은 물론 중국도 오픈소스 산업 발전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도 정부의 노력이 많이 엿보인다. 다만 기존의 도메인 투자 관점을 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시 말해 기존 방식대로 특정 산업군에 투자해서 성공 사례와 같은 결과물을 요구하는 형태인데, 오픈소스는 다시 말하지만 모든 산업의 토대로 봐야 하기 때문에 투자 결과에 대한 관점이 좀더 유연해져야 한다.

 

출처 : IT조선, https://it.chosun.com/site/data/html_dir/2022/12/20/2022122000488.html

기자 :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