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택완 한국오픈소스협회 회장 겸 OSBC 대표이사
“중국이 미국과 상업적인 교류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미국 소프트웨어 기술을 상업적으로 취득할 방법이 없어졌다. 결국 중국이 대안으로 선택한 게 바로 오픈소스다. 하지만 그 선택이 제대로 들어맞았다. 중국으로서는 전화위복이 됐다고 봐야 한다.”
중국의 오픈소스가 지난 몇 년간 급격한 성장을 거듭하며 이제는 전 세계적인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았다. 그 핵심에는 정부 차원의 전략적 투자와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자리한다.
특히 중국은 오픈소스를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크게 확장하며 이제는 인공지능(AI) 기술에서조차 미국을 따라잡은 양상이다.
최근 하이테크정보와 만난 김택완 한국오픈소스협회(구 한국공개소프트웨어협회, KOSSA) 회장(OSBC 대표이사)은 중국 오픈소스 전략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그들이 전통적으로 추구해온 폐쇄적인 개발 모델을 넘어선 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미국과 달리 중국은 오픈소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더 나은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이를 토대로 고유한 AI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며 “그 결실 중 하나가 바로 ‘딥시크(DeepSeek)’와 같은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중국이 얼마나 오픈소스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딥시크는 상용 코드 라이선스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다운로드하고 수정할 수 있어 누구나 이를 자신의 환경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알리 익스프레스나 테무 같은 쇼핑 플랫폼이 저가 공세를 펼칠 수 있는 기반도 오픈소스다.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오픈소스로 IT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 기술·비용 등 모든 측면에서 중국의 경쟁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 “중국 개발자들, 세계적 수준의 오픈소스 기술 습득”
중국이 오픈소스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기술 습득을 넘어 보안적인 측면에서도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 상용 AI 엔진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작동해 회사의 중요한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될 위험이 있다. 반면 딥시크와 같은 오픈소스 엔진은 데이터를 외부로 보내지 않고 내부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기업들이 회사의 중요한 정보를 보호하면서 AI를 활용할 수 있다.
중국 정부 또한 오픈소스 개발자를 양성하는 데에 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개발자들에게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재정적 지원을 통해 인재를 양성했다. 최근 전 세계 오픈소스 개발자의 30%가 중국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투자를 통해 중국 개발자들이 세계적 수준의 오픈소스 기술을 습득하고 AI 분야에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게 김 회장의 분석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역시 중국의 오픈소스 전략에 대해 언급하며 오픈소스가 지닌 위대함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챗GPT와 같은 클로즈 소스 모델을 개발하는 대신 오픈소스 트랙을 따라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그의 말대로 오픈소스는 누구나 그 코드를 고쳐 쓸 수 있고 그로 인해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며 이를 통해 보다 혁신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 “韓, 오픈소스 개발 커뮤니티 참여 개발자 양성해야”
중국의 오픈소스 성공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뿐 아니라 경제적 이점에도 큰 영향을 줬다. 오픈소스를 활용할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향후 다수의 기업이 챗GPT와 같은 상용 모델을 사용하는 대신 딥시크와 같은 오픈소스를 선택한다면 더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AI 모델을 운영할 수 있다. 미국의 상용 AI 엔진을 사용하는 기업이 점차 줄어들고 오픈소스 기반의 AI가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이러한 중국의 오픈소스 전략은 단기간에 마련된 것은 아니다. 중국은 10년 이상 오픈소스와 AI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지속적인 개발자 양성과 협력을 통해 오픈소스 커뮤니티 내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져왔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을 뛰어넘는 오픈소스 기반의 저비용 AI 기술을 구축하고 글로벌 경쟁력까지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오픈소스 기술 투자에 소극적이다. 리눅스 파운데이션의 AI&데이터 커뮤니티 등 글로벌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중국 기업이 대거 참여하여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을 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 기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이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오픈소스 개발자들을 양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가 중국의 사례를 참고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와 기업이 오픈소스에 더욱 관심을 갖고 글로벌 오픈소스 개발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개발자를 양성할 수 있다면 AI뿐 아니라 모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무한한 역량을 결집할 수 있다”며 “이 역량들이 결합되면 훨씬 더 뛰어난 AI 분야에서도 더욱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기술 축적이 가능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오픈소스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여 AI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략은 다른 나라들도 따라갈 수 있는 길”이라며 “향후 오픈소스의 발전과 그에 따른 기술적·경제적 이점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 : 하이테크정보(http://www.hitech.co.kr)]
[원문 : 안재석 기자(jsahn@hitech.co.kr) https://www.hitech.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