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 26자만 만드는 영어와 달리
한글, 가부터 힣까지 1만 글자 달해

컴퓨터 한글 글꼴 개발비용 컸지만
누구나 쓰고 바꾸는 오픈소스 덕에
프리텐다드 등 다양한 무료글꼴 나와
리멤버·카카오뱅크 등 기업서도 채택

 

 

26자 vs 1만1172자.

각각 영어, 한글 컴퓨터 글꼴에 필요한 글자의 개수로, 한눈에 보기에도 상당한 차이가 난다. 영어는 ABC부터 시작해 Z까지 총 26개 글자만 만들면 되지만, 한글은 '가갸거겨'부터 시작해 '힣'까지 1만개가 넘는 글자를 일일이 다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영어권에는 1957년 만들어진 헬베티카(Helvetica) 등 역사와 전통을 지닌 수많은 글꼴이 있는 데 반해, 한국은 개발 비용 등의 문제로 선택의 폭이 꽤나 적은 상황이다. 그 때문에 정보기술(IT) 기업들은 2004년 맑은고딕(마이크로소프트), 2008년 나눔고딕(네이버), 2012년 산돌고딕네오(애플) 등 각자에게 맞는 글꼴을 자체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서 만든 글꼴은 사용 목적이 제한되어 있어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자칫하면 소송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기업이 아닌 개인이 직접 자신에게 맞는 글꼴을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고, 역으로 이를 각종 기업에서 채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프리텐다드 제작과정. [사진 제공 = 길형진 디자이너 블로그]

사진설명프리텐다드 제작과정. [사진 제공 = 길형진 디자이너 블로그]

 

대표적인 사례는 2021년 개발된 프리텐다드(Pretendard)다. 프리텐다드는 디자이너 길형진 씨가 만든 글꼴로, 한글 글꼴인 '본고딕'과 영문 글꼴인 '인터(Inter)'를 기반으로 모양·굵기·위치 등을 조금씩 조정해 만들었다. 길 디자이너는 "글꼴 제작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만드느라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며 "주위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지금 모습으로 공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글꼴이 공개된 이후 길 디자이너 블로그에는 "가독성이 좋고 작업하기 용이하다" "제작자가 들숨에 건강을, 날숨에 재력을 얻길 바란다" 등 9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프리텐다드가 사용된 대표적인 사례는 명함 관리 애플리케이션(앱) 리멤버다. 리멤버는 과거 iOS와 안드로이드에서 서로 다른 글꼴을 쓰고 있었다. 각 운영체제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글꼴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글꼴의 크기와 자간 등이 달라, 앱을 디자인할 때 똑같은 화면을 운영체제마다 2개씩 만들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리멤버를 운영하는 드라마앤컴퍼니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료 글꼴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후보군에는 여러 글꼴이 올랐으나, 최종적으로는 프리텐다드가 채택됐다. 강민석 리멤버 프로덕트디자이너는 회사 블로그에 "유료 글꼴을 구입하기에는 비용 면에서 부담스러웠다"며 "다양한 굵기를 지원하고 글자의 높낮이가 적절한 프리텐다드를 사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사 더보기]

 

 

[출처 : 매일경제(www.mk.co.kr)]

[기자 : 김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