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주민영 | 2011. 02. 07

 

노키아가 대규모 인적 쇄신을 앞두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앞서 지난주부터는 노키아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윈도우폰7 단말기를 출시할 것이라는 루머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진영에 지속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내주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노키아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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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은 7일(이하 현지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스티븐 엘롭(Stephen Elop, 사진) 노키아 CEO가 대규모 인적 쇄신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다수의 노키아 임원진이 조만간 자리를 비우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노키아는 오는 11일로 예정된 런던 투자자 행사에서 인적 쇄신안을 포함한 새로운 청사진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부임한 신임 엘롬 CEO가 대규모 인사 개편을 통해 그 동안 진행해 온 노키아의 체질 개선 작업을 매듭지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최근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노키아의 전략을 과감하게 수정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구체적으로 어떤 임원이 회사를 떠나게 될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독일 경제 주간지 비르트샤프츠보케의 보도에 따르면 휴대폰 부문 책임자인 매리 T. 맥도웰과 시장 부문 매니저인 니클라스 사반더(Niklas Savander)를 포함한 일부 임원진이 이미 회사를 떠날 것을 요청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임원진과 노키아 대변인은 공식적인 답변을 피했다.

노키아는 여전히 판매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의 휴대폰 제조업체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휴대폰 업계의 수익률을 좌지우지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잃고 있다. 지난 4분기에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에 근소한 차이로 밀리며 분기 OS 점유율에서 처음으로 수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카날리스, Canalys)

노키아는 지난 4분기 7억 4천 500만 유로(약 1조 1천 20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21%나 감소한 수치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지난해 신규 모델을 대거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이 3분기 38%에서 4분기 31%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이어갔다.

많은 전문가들이 노키아의 심비안은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와 경쟁하기에 너무 뒤쳐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심비안의 사용자 경험은 유럽의 기존 노키아 사용자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충분했지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으로 갈아타는 사용자들을 붙잡거나 북미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에는 혁신적인 요소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 개편 못지 않게, 11일로 예정된 행사에서 노키아가 심비안을 버리고 새로운 운영체제를 채택할 가능성에도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키아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4가지가 있다. △인텔과 손잡고 개발하고 있는 리눅스 기반의 미고(MeeGo) 운영체제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거나, 미고를 버리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윈도우폰7 단말기를 선보이거나, △구글과 손잡고 안드로이드 진영에 합류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삼성전자와 같이 멀티 OS를 지원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지난주 애드난 아마드(Adnaan Ahmad) 베렌버그 은행 애널리스트가 스티븐 엘롭 노키아 CEO와 스티브 발머 MS CEO에게 윈도우폰7 단말기를 출시하기 위해 협력할 것을 권고하는 공개 서한을 보내면서 노키아와 MS의 협력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노키아와 MS의 협력설은 지난해 MS 출신인 스티븐 엘롭이 노키아의 CEO로 합류하면서 시작된 오래된 루머다.

그러나 노키아가 이미 인텔과 손잡고 리눅스 기반의 오픈소스 운영체제인 ‘미고(MeeGo)’의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MS와의 협력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노키아가 윈도우폰7 단말기를 개발하는 것은 시장의 바람일 뿐이지, 노키아가 미고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두 공룡의 협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노키아는 이미 유럽 지역에서 미고 기반의 위탭(WeTab)을 출시했으며, 지난달 열린 CES 2011을 통해 미국 시장에도 첫 선을 보였다.

노키아가 최근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진영에 합류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네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안드로이드 진영에는 삼성전자와 HTC, 모토로라와 같은 선두 업체들이 확고히 자리를 굳혔으며, 뒤늦게 노키아가 합류한다고 해도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주도적인 위치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미고를 계속 밀 것인가, 아니면 전격적으로 윈도우폰7이나 안드로이드폰 개발에 나서게 될까? 얼마나 많은 임원들이 노키아를 떠날 것이며, 신규 임원진은 어떤 부문에 중점을 두고 구성하게 될까? 이 모든 자구책이 노키아의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만큼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노키아의 다음 선택은 11일로 예정된 투자자 행사와 다음주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1에서 구체적인 면모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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